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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도 여전히 이 캄캄하고 익숙한 방에서 하루를 보냈다. 긴 어둠을 지나 시간이 날 찾아오면 저 창 너머로 빛이 들어오겠지. 들어오다만 저 빛을 어스름하게 내 방을 밝힐테고 나는 또 아침이 왔음을 깨달으며 잠에 들겠지. 뭐 별게 있겠니, 그냥 의미없이 보내는 하루 중 하나일 뿐인데. 우울할 필요 있겠니.

사실 난 잘 모르겠어. 맞는가 싶기도 하고 말이지. 아무것도 안하는건 노력안하는건 고작 나인데 나 자신일 뿐인데 왜 자꾸 탓을 하는걸까 하고말이지. 안하고싶어 아무것도. 하지만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다가도 그냥 바로 포기해버리지.

또 이렇게 두서없이
또 이렇게 홀로 서서

아프더냐, 아파해라. 어차피 아플거 조금 더 아프다고 달라질 것이 있겠니. 저기서 물밀리듯 들어오는 감정들은 결국 널 집어삼킬테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너는 감정에 지쳐 자괴에 빠질 뿐이야. 반복하는 그 삶 속에서 나는 또 다시 걷고 달리고 지치고 멈추겠지. 아파하는 것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은거같아. 좋다고 하진 않았어, 한 번쯤 아니 계속해서 겪는 것도 해볼만해. 사람은 좀 둔감한 동물인건 사실이잖아? 원래 둔감하면 안되는 감정들인데 말이지.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내 우울에 같이 공감을 하고있다면 내 글을 읽으며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지않고 휘둘리고 있다면 더 이상 내 글을 읽지마세요. 전부 내 우울이 담겨있는 글이니까. 우울은 전염됩니다. 우울을 가진 사람끼리 그 우울을 덜어줄 순 있지만 아주 완벽한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본인도 알고 계실겁니다. 잠깐씩 우울에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본인 의지가 아닌걸요. 우울은 그냥 나 자신일 뿐이예요, 잠시 지쳐서 내 무의식이 내린 결론일뿐이예요. 우울하다면 또는 자괴에 빠졌다면 나는 이 글에서 해결책을 내어줄 순 없어요. 하지만 한마디는 할 수 있겠네요. 마음껏 아파하세요. 마음껏 힘들어하세요. 이리 될줄 스스로가 알았던가요? 나도 가늠못하는 일에 대해 왈가왈부할 사항들이 아니지만 애써 그 우울들을 피해갈 필요는 없는것 같습니다. 그냥 단 한마디, 괜찮습니다. 뭘하든 괜찮아요. 도움이 필요하다면 얘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괜찮다면 나는 좋으니까요.

시간은 제어가 안되는 것이지, 내가 멈춰서도 너는 저만치 뛰어가 등선을 넘어가. 나 홀로 이 곳에 멈춰서서 지나가는 다른 이들의 시간을 지켜볼 때 쯤이면 나는 괜찮아질까. 먼저 가버린 너를 쉽게 따라잡을 수 있을까. 먼저 가버린 시간은 그냥 보내버릴래.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내 옆에 언제나 같이 멈춰 있어주었던 그와 함께 걸어갈게. 내 속도대로 지나간 그 시간들의 흔적들을 감상하며 내 길을 걸어갈게.

감정은 바다야. 물밀듯 밀려오고 순식간에 빠져나가지. 파도칠 때 매몰차게 맞으면 차갑게 식어오고, 그 안에 갇힐 땐 어느 곳보다 편안하지. 바다와 동질화되어가는걸까. 기왕이면 햇빛이 들어올 수 있게 얕았으면 좋겠는데. 금방이라도 손을 뻗어 공기를 만질 수 있게.

내 입에 있는 것을 네가 어찌아리. 나 자신이 아닐터인데.
그리하여 유추하면 그 것이 정답일테냐? 나 자신이 아닐터인데. 타인임을 인정하고 타인과의 선을 마주 지켜라. 평행선과 같은 이 선들은 결코 나와 같은 선을 달리지 못해. 결국 이 선을 계속 잇는 연필은 나고 너희는 각자의 선을 그으면 되는 일이지. 모두가 가진 연필이 두께가 같다고 어찌 확신하겠니, 너 또한 그 타인이 아닐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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