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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데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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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ie Y. Neal - 당신에게 이런 작별인사, 건네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인사를 건네야 한다면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넬게요. 그리 많은 이야기를 꺼낸 것도 아니었다. 첫 만남은 정말로 경계해야한다는 잔소리를 늘어놓는 사이로 만나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낯선이였고, 나중에 만났을 때는 같은 위치에서 같은 곳을 바라본 동료였다. 10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오랜만에 건네는 인사와 말들에는 어색이 담겨있지 않았다. 여전히 크지 않은 키에, 붉은 목도리를 하고 있는 네 모습은 이제 멀리서 봐도 당신이라는 것을 알아챌만큼 익숙했다. 과거와 다를 것이 없어서, 아직도 과거를 붙들고 현실까지 끌고오는 나에게 왠지 모를 안정을 주었던 것도 같다. 첫만남처럼 서로의 존재만을 확인하는 것으로 한걸음을 더 내딛을 수 있는 그런 소중..
손을 맞잡을 수 있도록. 다음에도,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했으나 홀로 성장한 나는 나 자신을 몰아세우며 사는 법 밖에는 알지 못했다. 내가 겪어온 것이 그런 것들 뿐이었기 때문에, 내가 성장한 방향은 그저 나를 절벽으로 떠미는 한걸음이 되었을 뿐이었다. 누군가는 가족을 버리고 누군가는 내게 큰 기대를 걸지만 나는 무엇을 기대하지도, 버리지도 않았다. 그 모든 것들이 내 삶에 쓰이는 한 줄의 글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내 삶을 써 내렸다. 욕심을 내어 모든 이들에게 다정을 내세웠고, 무리해서라도 그 뒤를 지켜냈다. 옳지 않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대로도 만족했다. 많은 이들의 뒤를 지키며 물러서는 걸음을 계속 하다보니, 어느새 내 걸음의 끝은 절벽에 매달려 있었다. 끊임없이 옳다고 여겨온 나의 글귀들은 엉망진창이었으나, 쏟아..
제 방향을 알아요. - 플레디오, 당신은 죽어가고 싶잖아요. 살고싶은게 아니잖아. 정말 반대되는 삶을 살아온 나로서는 네가 생각한 일말의 단편이라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살아온 그 세계는 희망따위 살기위한 사탕발린 말이었을뿐, 바로 앞에 칼을 들이민 현실이 더욱 짙게 묻어났기 때문이었다. 당신과 달리, 이제 스물 셋의 나이였다. 11년이라는 시간의 벽이 가로막은. 내 현실에서의 나는 언제나 타인에 의해 혹은 스스로에게 떠밀려 성숙함을 요구받았다. 책임을 져야하는 것을 진작에 깨달았고, 그 책임을 마땅히 지고 싶어한 저였기에. 나는 스스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흙구덩이를 굴러냈다. 사람이 곁에 있어도 온기를 찾을 수 없었으나 온기를 나눠주었고, 크나큰 행복은 없었지만 소소한 행복이 제 삶의 이유였다. 이런 모든 점들을 따..
이번에는, 금방 화사히 웃어내는 네 얼굴을 보며 마주 웃었다. 네가 하는 말들이 왜이리 하나같이 필요로 하는 말들인지 내가 모르는 해답을을 넌지시 알려주는 듯 했다. 홀로 쓰인 내 페이지의 문장들은 하나같이 정렬이 되지않은 그저, 조각글 뿐이라서 문장을 이어주는 연결문이 필요했다. 그게, 네 말이었을테고. 아직도 쓰일 페이지가 많은 내 종이에 좀 더 많은 연결문들이 적히기를 바라며 펜에 잉크를 찍어냈다. "오늘은 머리를 식히고 넓은 시야를 볼 수 있도록 연습해볼게요." 제 뒤를 잘 돌아보지 않았던 내가 과연 그 것들을 돌아볼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만, 어쩌면 가능할 것 같았다. 내가 소중하다 여기는 그들을 생각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잠시의 침묵을 지키며 머릿속에서 어느 방식으로 그들을 생각하고 지켜내야할지를 생각했..
안녕이라는 마지막 인사를, *TRIGGER WARNING : 학대에 관한 묘사가 존재합니다. 말하고 싶지 않아요. 버려지는 모든 아이들의 집합소, 티니 가족.피가 섞이지 않은 모두가 서로에게 낯선이이자 가족인 이상한 르데니아의 가족들은-그러니까 동생들- 언제나 잦은 인사를 건넸다. '안녕.'이라는 짧은 두 음절에 담기는 의미는 너무나도 깊고 어두워서 마지막 작별인사는 르데니아가 되도록이면 말하지 않는 인사이다. 르데니아에게 안녕이란, 다시는 만날 수 없음을 의미하고 그들이 아주 기나긴 꿈을 꾸러가는 의미가 더욱 컸기 때문이다. 때문에 르데니아는 어느 누구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르데니아는 그들 모두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어야 했다. 만약 그것이 건네고 싶지 않았던 인사였을지라도, 다시는 보지 못할 마지막 인사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