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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데니아

안녕이라는 마지막 인사를,

*TRIGGER WARNING : 학대에 관한 묘사가 존재합니다.


말하고 싶지 않아요.

 

버려지는 모든 아이들의 집합소, 티니 가족.

피가 섞이지 않은 모두가 서로에게 낯선이이자 가족인 이상한 르데니아의 가족들은-그러니까 동생들- 언제나 잦은 인사를 건넸다. '안녕.'이라는 짧은 두 음절에 담기는 의미는 너무나도 깊고 어두워서 마지막 작별인사는 르데니아가 되도록이면 말하지 않는 인사이다. 르데니아에게 안녕이란, 다시는 만날 수 없음을 의미하고 그들이 아주 기나긴 꿈을 꾸러가는 의미가 더욱 컸기 때문이다. 때문에 르데니아는 어느 누구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르데니아는 그들 모두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어야 했다.
만약 그것이 건네고 싶지 않았던 인사였을지라도, 다시는 보지 못할 마지막 인사였을지라도.

 

 어둠에 모든 것이 집어삼켜져 끝없는 악몽의 끝을 내달릴 때, 르데니아는 어김없이 그 한가운데에 서서 스스로 빛을 발했다. 자신이 '할 수 밖에 없는 일'이 되었으므로. 르데니아를 향해 달려드는 어둠들이 마치 피를 향해 달려드는 피라냐처럼 그의 살점들을 물어뜯었다. 손가락을 따라 손목에 번진 가지들은 팔꿈치 아래까지 번져나가며 더욱 짙게 뿌리를 내렸다. 점점 화끈거리는 상처들이 깊어져 갔지만, 르데니아는 멈추기는 커녕 더욱 밝은 빛을 내기 위해 더 굵은 뿌리를 긁어냈다. 고작 1년도 채 되지 않아 르데니아는 자신의 능력에 능숙해지기보다 상처를 내는 것에 더욱 익숙해진 사람이 되었다. 그에게 살이 지져지는 고통따위 불필요한 감각이 되었으니까.



"야, 전구. 불 켜."

전구, 르데니아를 이르는 단어.
고아, 르데니아, 덴, 데니, 니아, 르데까지. 전부 르데니아를 이르는 모든 애칭들이 사라져가듯 '전구'로 통칭되기 시작했다. 모두가 불러주는 따스한 한 마디가 듣고 싶어진다. 이미 피곤이 밀려오고, 어두운 환경에 몸이 더 아래로 늘어지지만... 아끼는 사람들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랑해줄 수 밖에 없는 그들을 위해. 필라멘트에 열을 불어넣는다.

밝게 빛나는 전구의 빛은 방을 환히 밝혀 기다란 그림자를 늘어트리고 그 사이에 곪아버린 것들을 숨겨버린다. 잘자, 안녕.

"르데니아,가 제 이
름이잖아요."
내뱉은 한 문장은 망언이었다. 다시는 저 사람 앞에서 이 말을 내뱉지 못하리라.
팔을 따라 난 상처보다 어둠에 가려진 옅은 손톱자국이 더욱 아려왔다.



태양이 사라진 덕분에 밤하늘에 높이 뜬 별들이 아주 잘 보였다. 불어오는 바람은 차갑고 또 다시 구석에 웅크린 르데니아는 문득 수확제의 시간들이 그리워졌다. 모두가 따스히 다가온 그 날의 시간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랬다. 더 이상 머리를 쓰다듬어줄 사람도, 겉옷을 둘러줄 사람도, 망토로 그를 말아줄 사람도, 걱정을 쏟아줄 사람도 모두 이제 제 곁에 없으니까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도 날카로웠다.

르데니아는 익숙히 제 두 눈을 꾹꾹 눌러냈다. 스며나오는 눈물들이 바람에 날라갈 수 있을만큼 조금 남기기 위해서.


보고싶네요.
작은 토닥임이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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