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편하게 스루해주세요..사랑합니다...
돌아온 네 대답이 과연 내가 인간이어서인지, '신하준'이어서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것을 질문해도 돌아올 질문이 결국 둘 다 맞는 것이라 답할 것 같아서 가벼이 말을 삼켜냈다. 그리 크지 않은 질문임에도 조금은 여운이 남았는지 넘어가는 목구멍 사이에 자잘한 잔여물을 남겼다. 매번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쯤이야, 그 기간의 공백이 길었음에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그 누군가가 나의 밤을 깨워주었으니까. 그대라면, 필히 그 밤하늘을 밝히는 달이 되어주겠지. 그 밝은 달빛에 그림자조차 옅게 남아있겠지. 그래서 조금 더 쉽게 어리광을 부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문득 스친 미래는 온전히 서로에게 담겨 있을 때 남아버릴 아쉬움이었다. 너는 나를 이 지독한 꿈에서 꺼내어줄 수 있겠지만, 그 기억이 네 머릿속에 남아 나를 떠올리게 할테니까. 끝까지 네 정에 못이겨 나를 못놓을 것을 아니까. 애초에 이 관계가 시작되는 것이 맞는지조차 수많은 생각과 걱정이 쌓아올려진다. 점차 본질을 가려버릴게 분명히 보여서 나보다 오래 남아있을 네가 걱정되었다.
너와 내가 같은 눈임에도 다른 점은 많았고, 분명히 등을 지고 함께 서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꿈에 먹히고 있고, 너는 그 꿈을 먹는 사람이니까. 남을 위하며 사는 것은 같았으나 결국 서로의 목적은 다를테니까. 먹기위함과 살기위함은 너무나도 큰 벽이 가로막고 있는 목적이다. 그 벽 위로 네 빛을 다시금 볼 수 있을까. 서로에게 절박한 온기를 잡아낼 수 있을까. 수많은 질문들이 또 다시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하면 다시 네 눈을 바라봤다. 훗날의 미래따위는 생각조차 나지 않는 욕심나는 네 눈을.
상기되어있는 내 얼굴이 네게 좋은 기억으로 남도록 나는 다시 얼굴에 미소를 띄워낸다. 모든게 좋아보일 수 있게.
"그보다 좋은 것쯤이야, 많을 수도 있지. 생각하는 것보다 만나는게 좋고, 보고있는 것보다는 닿아있는게 좋으니까."
"지금도 필요로 하고 있어. 내가 용기내지 못하는걸 수도 있겠다."
애써 올린 입꼬리를 눈치챘는지, 너는 꽤나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때문에 그리 많은 마음을 쓰지 않아도 괜찮은데. 나는 이 슬픔이, 끔찍한 기억이 조금은 익숙해져서 아파하는 그 시간조차 일상으로 보내고 있으니까. 시간이 지나 무뎌질거라 생각했던 감각은 아직도 무뎌지진 않았지만, 최소한 네게 이 아픔을 남겨주고 싶진 않았다. 나는 익숙하지만, 너는 분명 더욱 괴로워할 것이 더 싫었다.
제 뺨을 쓸어주는 네 눈빛도 슬픔을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는 올려낸 입꼬리가 아팠다. 차라리 네가 내 괴로움을 삼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니. 나는 네가 이 기억만큼은, 괴로움만큼은 절대로 삼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인데. 제 뺨에 얹힌 네 손을 맞잡았다. 따스한 온기가 조금은 편안해서 네 표정과도 비슷할 내 표정을 풀어냈다. 지금은 행복해서 그런 기억따위 잠시 덮어둘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 손 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눈을 살풋 감아내고 널 향해 낮게 읊조렸다. 기억을 덮어두어 목소리에 짙게 뭍어나온건지도 모르겠다.
"삼키려고 해도 주지도 않을걸 알고 있잖아. 차라리 내 괴로움을 너로 덮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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