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 하준

숨겨둔 것이 드러나,

*여여기서 이렇게 이쁜 로그를 주셔서 저도 티스토리를... 편하게 스루해주세요!

 

쿡하고 작게 웃는 네 소리에 내 눈길은 자연스레 소리가 나는 방향을 따라갔다. 입술에 닿은 시선이 또다시 위로 올라 감춰진 네 눈을 향했고 말하는 모든 소리를 귀에 담아냈다. 옅은 파란색으로 물들여진 머리카락이 구름이 떠다니는 하늘을 연상케 했고, 파도처럼 일렁이는 머리카락에 손을 담가보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옷과 자수라면, 나도 조금 관심이 가는데. 괜찮다면 후에 사고 싶어."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은 내 얼굴을 보는 네 눈을 빤히 보다가 갸우뚱 기울어지는 얼굴을 따라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색 때문인지, 당신의 곁에 일렁이고 있는 분위기 탓인지 투명해 보임에도 그 진실을 알 수 없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금의 내 표정을 알 수 있었다면 조금 더 유한 말투로 응당한 서술을 할 수 있었을 테지만, 보이지 않는 네 눈에 제 모습이 비치질 않으니 그저 상상으로 떠올릴 뿐이었다. 작은 상상을 하고 있는 짧은 순간, 슬며시 올라간 입꼬리에 시선과 생각을 빼앗겼다.

 

"나중에도 내가 필요하다면 그 곁을 지켜볼 수는 있어, 당신의 시간 속에서는 그냥 찰나의 인간에 불과하겠지만? 짧은 순간이라도 옆에 있게 해 줘."

 

머리에 길게 뻗어낸 가지 같은 뿔과 말을 보면 그리 짧은 생을 살아온 분은 아닐 것 같았다. '한낱 인간'이라는 기분이 들게 하는 말이었지만 아무렴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이 떠나는 것에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 보였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묶어두고 싶어 하는 것 같진 않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어진 네 말을 듣고 얌전히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 대단한 생각은 아니었어. 그냥-, 너 자체라던가 존재라던가 하는 그런 식상한 발상이었달까."

 

가까이 마주하고 있는 감긴 눈꺼풀이 꽤나 만져보고 싶을 만큼 매력 있었다. 가만히 입에 머금어진 미소를 바라보다가 살포시 떠지는 네 눈에 순간 기대로 가득 찬 눈 안에 가득 같은 계열의 색을 담았다. 감춰진 눈이 마주치자 무언가 소리가 들려도 물에 빠진 듯 귀에 들어오지 않은 듯했다. 그렇게 조금은 길게 네 눈에 시선을 빼앗긴 채로 빤히 보기만 하다가 참고 있던 숨조차 뱉어내고 웃으며 네게 말했다.

 

"순간 홀린 듯 보고 있었어. 이 눈을 내 몸이랑 바꿨다니, 더 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야."

'신 하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아오지 않을 흑백의,  (0) 2020.09.14
그럼 덮어낼까.  (0) 2020.07.22
싫은데.  (0) 2020.07.21
더.  (0) 2020.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