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하준

싫은데.

피자먹고싶은 슈크림빵 2020. 7. 21. 16:57

*아이고아이고...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천뭉치에 불과할 그 옷은 선물로서의 가치를 하는 것이니, 되려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야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하나뿐인 옷이니까. 옷을 걸쳐 조금씩 닳아가는 그 느낌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흐르면 모두 사라질 것일테지만, 숨쉴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남아 기억에 담길테니까. 안일한 생각이었나보다.

 

"그렇게 말하면, 입을 수 밖에 없잖아. 그럼 매번 네 생각이 날텐데."

 

모든 것이 감춰져보이는 네 모습에서 감춰지지 않은 것이 유일히 표정이었다. 같은 웃음 속 서로 다른 의미가 담긴 그 표정을 읽어내어 그 속을 짐작하고 있을 때면, 오로지 인간을 사랑하는 너를 볼 수 있었다. 인간이기에 설 수 있는 이 자리가 꽤나 높은 듯 느껴져 아래를 내려보았다. 시선에 들어오는 것은 끝없는 바닥이 아닌 그저 일렁이는 네 파란 머릿결이었다. 높은 자리 아래, 인간을 지켜보는 신과 같은 존재. 보이지 않는 허상을 잡아먹는 네가 아마 누군가의 신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네 미소는 계속 보고 있음에도 보고싶은 온기였다.

 

"거짓일리가. 원한다고 해줬으니 부응해서 옆에 잘 있어야지."

 

원한다고 해준 네 답변이 마음에 들었는지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어쩌면 조금 상기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곁을 스쳐간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먼저 원한다고 해준 사람은 드물었다. 너도 그들과 다를 것은 없을테지만, 최소한 그 마음만은 다를테니까. 그게 무슨 마음이든, 거짓이 아닌 것에 증명할 자신은 있었다.

 

"그럼 이쪽에서도 온 힘을 다해야겠는데. 너도 욕심부려봐. 가진건 없어도 해줄 수 있는건 많을거야."

 

..이어온 네 말에 일순 네 머리카락을 쓸던 손이 멈췄다. 그 대답을 할 것이 예상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정말, 내 꿈은 먹을만한게 아닌데. 순간의 상황들이 다시금 머리를 스쳐가는듯 했다. 소리를 삼키는 빗소리와 날카롭게 울리는 바퀴의 미끄러지는 소리는 꽤나 끈질겼다. 굳은 손에서부터 표정에 그 끔찍한 기억이 내비췄는지는 모르겠지만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 기억에 빠졌던 시야가 다시 돌아오니, 밤하늘의 달을 닮은 선명한 노란빛의 네 눈이 들어왔다. 정말이지, 빛 없이도 빛날 밝은 눈이다. 그렇게 밝게 쳐다보면 어느 누가 네 부탁을 거절할까 싶었다. 네 머리카락을 쓸던 손을 내리고 조금은 쓴 미소를 지었다.

 

"그건 싫은데, 그런 눈으로 말하는건 반칙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