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넬 E. 베르폰

나른했던 여름 날의 환상이

피자먹고싶은 슈크림빵 2020. 5. 18. 00:10

시간이 급작스럽게 빠르게 지나간다.

여름날의 후덥 한 기온은 나의 폐를 조금 옥죄는 듯 하나, 그리 갑갑하진 않다.

거리를 거닐면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다리를 감싸고 주변의 공기를 뜨겁게 맞바꾸지만

'여름'이라는 온도를 느끼기에는 저격이다. 건물들 사이로 저물어가는 뜨거웠던 해는 이제 달에게 하늘을 내어주고

또다시 반대편의 지구로 돌아간다. 일을 끝마치고 돌아가는 여름은 느긋하다.

 

 

특히나 오늘은 더운 날씨였다.

카페에 사람들이 대부분 차가운 음료를 주문했고, 에어컨을 찾아 들어온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가 자리에 앉아 북적이는 수다 소리를 내었고, 돌아가는 머신의 소리 탓에

귀에는 아직까지도 이명처럼 무언가 들려오는 듯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바닥에 내딛는 발걸음이 유난히 무거운 것처럼 느껴진다.

 

 

조금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카페에는 언제나 사람이 가득하다.

오늘 같은 더운 날이면 언제나 만석으로 가득 차서 앉아있을 자리를 찾기 힘들다. 문을 열고 들어선 가게는

차가운 에어컨으로 순식간에 서늘해진다. 익숙한 발걸음은 나를 카운터로 이끌고,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주문한다.

 

"페퍼민트 차 따뜻한 거 하나랑 쿠키 하나요."

 

"따뜻한 거요?"

 

"네, 따뜻한 거요."

 

분명히 이 더운 날 뜨거운 걸 마신다고 놀란 말투였다.

아래로 내리고 있던 시선을 올려 주문을 받은 직원을 바라보자, 초록색 머리카락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푸른 눈으로 제 눈을 바라보는 시선에 살짝 갸웃하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대답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이 더운 날씨에 따뜻한 차...

정말 후덥지근한 날씨인데 정말이냐는 눈빛으로 빤히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그냥 갸웃할 뿐이다.

고개가 기울어짐에 따라 어깨선을 따라 흘러내리는 검은색의 머리카락과 붉은 눈에 잠시 시선이 묶였지만

잠시였을뿐, 그 이상의 시간을 머물지는 않았다.

 


카페에서 만났음

알고보니 옆집에서 살았던 사람이고

밤이나 낮이나 뭐 암튼 휴일이든 뭐든 둘 다 집에 있을 때 베란다에서 잠시 휴식 취하고 있는데

어니언이랑 이그넬이 동시에 나와서 커피 마시는 어니언이랑 눈 마주치고

어니언이 이그넬한테 커피 권하고 슬쩍 둘이 퇴근 후에 커피를 같이 마시는게 조금 일상이 되어버렸고

플러팅을 어니언이 먼저 쳐도 되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뭐 암튼 그렇게 되든 뭐든 둘이 점점 익숙해지다가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서로에게 호감가지게 되고

놀러올래요? 해서 두사람 집에 왔다갔다 하고 갑자기 뭔일 나든 도둑이 들든 해서 어쩔 수 없이 한 사람 집에 묵게되면서

그냥 서로 집 드나드는게 일상이 되어버렸고 결국에는 둘이 서로 같이 사는 엔딩이 나오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