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돋힌 대화 가운데서.
*장문이 될 것 같아 꺼내든 티스토리 입니다, 가볍게 넘기셔도 좋아용!
이유없이 그저 대화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 네게 무슨 이유를 얘기해야하는건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다. 예전에는 이만큼 파고들지 않았기에 몰라도 상관없는 것들이었는데. '그냥 얘기하는게 재밌어.'외에 다른 대답을 할 순 없었다. 딱히 그 대답 외에 다른 대답을 할 생각도 없었지만. 날 향하는 네 눈빛을 피하지 않고 같이 마주보았다. 바라보는 시선 안에 네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필히 좋은 말은 아닐거라 생각했다.
"이유가 그냥 대화하는게 재밌는거라니까. 무슨 원하는 대답이라도 있는걸까?"
고개를 갸웃하며 네게 물었지만, 대답을 바라고 물어본 것은 아니었다. 대답해줄리가 없다는걸 앞선 대화에서부터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네게 질문했다. 무던한 표정들로 계속해서 대답하는 네 모습은 과거의 나와 같았다. 어쩐지 가시 돋힌 말을 하며 세우는 자기 방어 같았다. 그게 맞는지는 알 재간이 없었지만.
"뭐라도 말해줬으면 아예 다른 사람이 될거라니, 무슨 대답을 했어야 다른 사람처럼 연기해줬을건데? 내가 너랑 대화하면서 뭘 바라고, 기대한다고 생각하지마. 정말로 바라는거 없어. 음, 그냥 방학은 잘 지내고 왔는지, 그냥 일상적인 얘기들. 아니면 너가 나한테 해주고 싶은 얘기라던지. 애플파이는 얼마나 먹었는지 같은 하찮은 얘기도 나쁘지 않고"
정말 이득없고 손해만이 가득한 대화일 수 있겠지만 그런 사소한 얘기라도 하고싶었다. 더이상 나는 지금의 너처럼 가시를 세울 이유가 사라졌으니까. 특별히 찾고 싶은게 없다면 대화조차 할 수 없는걸까 잠깐 생각하다가 네 얼굴을 쳐다봤다. 마주치는 시선에 빤히 눈을 마주보았다. 흔들리는 안경줄에도 시선을 뺏기지 않고 그대로 금빛으로 빛나는 네 눈에 고정시켰다. 내 눈과 네 금안은 바닷가에 비치는 노을처럼 보였다.
"계속 안피하고 그렇게 눈 맞춰준다면 보상을 바랄 생각조차 안할걸. 빙고아닐때도 애칭 정해달라고 할걸. 그러면 조금 더 고집부릴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
깜빡이는 눈을 바라보며 굳이 되지도 않는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내가 바뀌었기 때문인지, 네게 기대를 하고 있어서인지. 내게 날카롭게도 대하고 있는 와중에도, 흥미없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음에도 예전과 너가 그다지 달라보이지 않았다. 선 너머로 다가오지 않는 것도 그냥 말투가 달라졌을뿐 내게는 다를 것이 없었다. 이렇게 바뀐 것이 나와 같은 이유 때문이라면, 이 이상 다가가지 않는 것이 맞을테지만. 변덕스럽게도 나는 물러설 마음이 사라졌다.
"지금은 그런척 하기 힘들다? 후회하지 않아, 못보는게 아쉽긴 하지만 지금 네 모습도 그리 다를 게 없다고 느끼고 있거든. 보고는 싶지만 강요할 생각없어. 남에게 기대를 걸 생각이 없다는거 알잖아?"
태연하게 네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쓴맛이 느껴졌다. 이제야 겨우. 그들의 압박에서부터 벗어났는데. 겨우 그들을 내 발치에 내려놓았는데. 강압적인 기대는 사람을 바뀌게 하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새삼스럽지 않게 넘길 수 있었다. 네가 과연 나와 같은 속내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서로에게 기대 안거는게 좋을 것 같지? 뭔갈 기대하고 바라는건 서로 싫어하는거 같은데."
내민 손을 쳐내는 네 행동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가 상관없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네 옆에 나란히 서서는 나아갈 방향을 쳐다본다.
"전에는 내가 거절했을 때 힘 아낄 수 있을거라고 잡으라고 하더니, 우리 아델 너무 차가워졌네!"
장난기가 섞인 말로 네게 말하고는 먼저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고는 빙글 돌아 널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머리 묶을 생각은 없어? 안경도 그렇고 꽤나 불편할 것 같은데."